나의 첫 진공관 앰프는 부드럽고 자연스런 소리로 나를 감싸 안았다.

차에서 들어 내리기가 버거울 정도로 무겁다. 아담한 크기와는 달리 무게는 상당하다. 무겁다는 것은 전원부가 충실하기 때문이고 그 무게 때문에 진동의 영향도 덜 받는다고 한다. 사무실 스피커에 연결하고 최명화의 피리 연주곡을 플레이어에 밀어 넣었다. 아남 AV앰프로 듣던 음악이 아니었다. 피리소리가 아침 햇살처럼 퍼져 나갔다. 나의 첫 진공관 앰프는 부드럽고 자연스런 소리로 나를 감싸 안았다.

앰프를 들여 놓은 지 두 달 후 앰프에 잘 어울린다고 한오디오랩 사장이 추천해 준 스피커 인켈 S-9500, CD 플레이어로 파이오니아 CLD-939를 연결하고 요요마의 'soul of the tango'를 틀었다. 시스템 연결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오디오에 돈 쓰고 있다고 핀잔하던 아내가 '어~ 소리에 결이 있네.'라며 놀라워했다. 첼로의 소리가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했다. 지금까지 들어 보지 못한 작고, 섬세한 부분까지 살아났다. John Williams의 기타 연주곡 CD로 바꿨다. 새로운 소리세상이다.

뭉개져 있던 소리가 층층이 쌓인 결대로 펼쳐졌다. 나의 진공관 앰프는 CD에 갇혀 있던 소리를 세상 밖으로 불러내 내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 앰프와 만남 이후 난 기타 연주곡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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